둘째 준비하며 다시 추린 출산 준비물, 진짜 필요한 건 몇 개 안 됐다

둘째를 준비하다 창고를 다시 열었다

첫째가 2023년생이니 벌써 몇 년 전 얘기다. 그때 사둔 짐들을 그냥 다시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, 막상 창고를 열어보니 반은 그대로 쓸 수 있는 것들이고 반은 왜 샀는지 기억도 안 나는 것들이었다. 둘째 출산이 임박하니 이번엔 목록을 새로 짜기보다, 첫째 때 뭘 진짜 썼고 뭘 안 썼는지부터 다시 훑어보게 됐다.

육아용품 코너에 가면 신생아 출산 준비물 리스트가 다 비슷하게 나온다. 색깔만 다르지 항목은 거의 똑같다. 그런데 실제로 100일 가까이 키워보면 그 목록 중에서 매일 손이 가는 건 몇 개 안 된다. 나머지는 포장도 안 뜯긴 채 서랍 구석에 남아있거나, 뜯긴 했지만 두세 번 쓰고 끝난 것들이었다. 이번 글은 그 몇 개와, 반대로 사놓고 거의 안 쓴 것들을 정리한 기록이다.

첫째 때는 인터넷에 떠도는 체크리스트를 그대로 따라 샀다. 둘째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. 실제로 써본 사람 입장에서 판단할 근거가 생겼기 때문이다.

베이비 브레짜는 이번에도 무조건 챙긴다

첫째 때 밤중수유가 제일 힘들었던 이유는 수유 자체보다 분유를 타는 과정이었다. 새벽 세 시에 비몽사몽 상태로 온도 맞추고 양 맞추다 보면 실수가 잦았다. 베이비 브레짜를 쓰고 나서는 버튼 하나로 온도와 양이 맞춰져 나오니 그 과정에서 생기는 실수가 확 줄었다. 가격이 싸지 않아서 살 때 고민했는데, 지금 돌아보면 육아용품 중에서 체감 효율이 가장 높았던 물건이다.

둘째 준비하면서 이 부분은 고민할 것도 없이 그대로 다시 쓰기로 했다. 세척 방법이나 필터 교체 주기만 다시 확인해두면 될 정도다.

기저귀 갈이대는 높이가 전부다

처음엔 기저귀 갈이대를 대충 저렴한 걸로 골랐다. 문제는 허리였다. 낮은 갈이대에 아이를 눕히고 매번 허리를 숙이다 보니 몇 주 만에 허리가 뻐근해졌다. 결국 서서 기저귀를 갈 수 있는 높은 제품으로 바꿨고, 그 뒤로는 확실히 부담이 줄었다.

육아는 장비빨이라는 말을 예전엔 그냥 우스갯소리로 들었는데, 기저귀 갈이대 하나 바꾼 걸로도 체감이 이렇게 다를 줄은 몰랐다. 둘째 준비물 목록에도 이 항목은 높이 기준부터 먼저 적어뒀다.

옷은 생각보다 많이 필요 없었다

준비물 리스트마다 신생아 옷을 넉넉히 사두라고 되어 있어서 첫째 때도 색깔별로 여러 벌 샀다. 그런데 실제로 입힌 건 거의 속싸개뿐이었다. 병원 신생아실에서도, 조리원에서도, 집에 와서도 초반엔 속싸개로 감싸놓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었다. 겉옷이나 우주복 형태의 옷은 몇 번 꺼내지도 못하고 서랍 안에 그대로 있었다.

예쁜 옷은 준비물이라기보다 사진 찍을 때 쓰는 소품에 가까웠다. 어쩌다 한번 외출하거나 방문객이 올 때, 그때만 꺼내 입히는 정도였다.

외출복은 100일까지 거의 안 썼다

이건 첫째 키우면서 제일 크게 느낀 부분이다. 신생아 때는 병원 진료나 예방접종처럼 꼭 나가야 하는 일이 아니면 100일 전까지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. 그러다 보니 예쁜 외출복은 정작 입힐 기회가 별로 없다. 어쩌다 한번 나갈 때나 가족사진 찍을 때 꺼내는 정도가 전부였다.

둘째 준비하면서는 이 부분을 확실히 줄이기로 했다. 외출복은 몇 벌만 남기고, 대신 속싸개와 기본 실내복 위주로 다시 채웠다.

첫째 때 항목별로 다시 매겨본 활용도

말로만 정리하면 헷갈릴 것 같아서, 첫째 때 준비물을 항목별로 다시 매겨봤다. 아래 표는 실제 사용 빈도를 기준으로 재구매 여부를 정리한 것이다.

항목첫째 때 활용도둘째 준비 방침
베이비 브레짜매일, 밤중수유마다 사용그대로 재사용
기저귀 갈이대(높은 형)매일 여러 번그대로 재사용
속싸개100일 전 거의 상시 착용넉넉히 재구매
겉옷·우주복류몇 번 안 입힘수량 절반으로 축소
외출복·예쁜 옷사진 찍을 때만최소 수량만 유지

둘째 준비물은 첫째 사진첩부터 열어보고 정했다

결국 이번에 정리한 기준은 간단했다. 매일 쓴 것, 한 번도 안 쓴 것. 베이비 브레짜와 높은 기저귀 갈이대는 그대로 다시 쓰고, 겉옷과 외출복은 절반 이하로 줄였다. 리스트만 보고 새로 다 사기보다, 첫째 때 사진첩을 넘겨보며 실제로 뭘 입고 있었는지 확인하는 쪽이 훨씬 정확했다.

둘째나 셋째를 준비 중이라면, 새 리스트를 짜기 전에 예전 사진부터 한번 열어보시길 권한다.

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우리 집 기준이다. 아이 체질이나 계절, 조리원 방침에 따라 속싸개 대신 다른 옷이 더 필요한 집도 있을 것이다. 다만 준비물을 살 때 “리스트에 있으니까”보다 “실제로 몇 번 입혔는지”를 기준으로 한 번 더 걸러보는 것만으로도 짐이 확 줄어든다는 건 확실히 느꼈다.